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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교통 해결사, 노면전차가 온다

천안삼거리

by 드파랑 2025. 1. 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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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도 노면전차의 시대가 올까요? ①

 

열차를 떠올릴 때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우람한 몸체에 묵직한 소리를 내는 기관차? 날카로운 콧날을 달고 빠르게 달리는 KTX? 무수한 사람을 싣고 나르는 지하철?

 

용도가 다양한 만큼 제각기 생각나는 열차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 속에 공통점이 있다. 도로와는 분리된 공간에서 열차가 달리는 이미지 말이다.

 

노면전차는 이런 이미지를 깨부순다. 도로 한가운데에 궤도를 깔고 자동차들과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곧 현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자가용에서 대중교통 중심 교통 체계로 전환을 내세우며 전국에서 앞다퉈 추진한 노면전차가 1, 2년 뒤면 우리 앞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안도 그 흐름에 한발을 들였다. 교통 당국은 십수 년 전부터 경전철과 BRT 등 고급 대중교통 건설을 추진했지만, 그것은 계획에 그쳤다. 노면전차는 정말 천안 시내를 달릴 수 있을까?

 

 

거품과 함께 사라진 천안경전철

2000년대는 천안의 최전성기였다. 삼성이 천안-아산에 거대한 공장들을 지으면서 지역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고, 고속철도 천안아산역과 함께 건설한 아산신도시 1단계 사업은 천안 시가지가 서쪽으로 넓어지다 못해 아산 경계를 넘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수도권 전철 천안 연장 개통은 천안이 본격적으로 대서울에 편입되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GTX-C 천안 연장도 이것만큼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천안경전철은 이런 희망찬 앞날 속에서 태어났다. 천안아산역을 출발해 번영로와 수도권 전철 1호선 부성역을 거쳐 천안터미널에서 종착하는 총연장 11.8㎞에 10개 역으로 구성된 본 노선과, 여덟 개 역으로 천안터미널과 천안아산역 사이 동부와 남부를 잇는 장기 구상 노선으로 나눠 계획했다. 민간 건설사가 노선을 제안하고 나서 한국개발연구원 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있음을 증명받고, 정부가 사업을 확정 고시했을 때는 실현이 코앞에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지금 시내 한바퀴는 고가 경전철 대신 급행버스 5번이 돌고 있다. 미국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고 전 세계급 은행 리만브라더스가 사라지면서 닥친 2008년 금융위기. 이 사건은 천안에도 제법 큰 타격을 주었다.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은 성성저수지 주변을 마천루와 특급호텔, 대규모 공연장 건설해 대규모 업무지구로 꾸미는 계획이었다. 지금 봐도 허무맹랑한 이 사업은 금융위기로 건설 경기 악화로 끝내 무산되었다.

 

국제비즈니스파크 교통 대책으로 추진되었던 천안경전철과 부성역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아산신도시 2단계도 불투명해지고, 용인경전철이라는 선례는 시민들에게 불안감만 키웠다. 계획 수립 후 5년 동안 천안경전철은 변한 게 없는데 환경은 급격하게 불리해졌고, 결국 2011년에 무산되었다.

 

천안경전철이 지어졌다면 어땠을까? 지금에서 돌이켜 보면 이때 세운 개발 계획들은 결국에는 현실화하기는 했다. 마천루 숲을 이룰 것 같던 성성저수지는 아파트 장막이 둘러싼 호수공원으로 뒤바꼈고, 그 숲들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쯤 부성역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신불당과 탕정역 주변만 찔끔 건드리는 걸로 끝날 줄 알았던 아산신도시 2단계는 탕정2지구 계획이 세워지면서 사실상 부활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용인과 의정부를 들며 경전철이 무산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지만, 개인적으로는 천안이 그보다는 사정이 나았으리라고 본다. 처인구 구시가지를 주로 지나는 용인경전철과 달리 천안경전철은 신도심과 원도심을 두루 잇고, 천안 동 지역 인구(2024년 12월 기준, 53만 4,784명)는 의정부시 전체(46만 570명)보다 많다. 적자는 원가 이하로 전철표를 팔 것을 강요당하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났을 테지만, 적어도 소송과 파산 논란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0년 천안시청에서 발표한 천안경전철 노선도. 신도심 연선을 우선 개통하고, 원도심을 추후에 개통하기로 계획했었다. 만약 사업이 진행됐더라면, 2011년 착공해 2015년 완공됐을 것이다.

 

 

도심 너머 세종까지 달릴 수 있는 BRT

천안이 경전철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세종 BRT는 천안을 향해 손길을 뻗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간선급행버스체계 BRT는 낮은 비용으로도 경전철과 비슷한 수송력을 감당할 수 있는 데다가, 확장이 자유롭다. 세종 주변은 수도권과 달리 세종으로 끌고 올 광역철도망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김에 BRT로 세종 시내외 교통 모두를 해결하려고 했다.

 

현재 ‘바로타’라는 브랜드를 달고 운행하는 8개 노선 중 다섯 노선이 세종 시내와 시외를 잇고 있다. 대전 반석역과 대전역, 청주의 오송역 ․ 청주공항 ․ 청주터미널이 주요 기종점이고, 오송역행과 대전역행은 까지는 전용 차로도 완성되었다. 2~3년 뒤에는 공주터미널과 유성터미널까지 전용차로가 완성돼 BRT 이동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천안에 세종 BRT가 들어오는 시점은 이 노선들이 다 지어지는 2030년 이후. 세종 조치원읍과 전의면 소정면을 거쳐 천안 청삼교차로를 지난 뒤 천안아산역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국가 계획에 담겨 있다. 이중 세종에서 조치원읍까지는 천안 BRT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되어 1번 국도에 전용차로가 생겼고, 세종에서 전용차로를 잇는 연결도로가 완공되는 2026년에 행복도시에서 홍익대 세종캠퍼스까지 가는 바로타가 운행할 예정이다. 

 

천안시청도 세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르지는 않다. 천안아산역으로만 가는 세종 광역 BRT 개발계획에 청삼교차로에서 천안터미널로 향하는 지선을 포함할 것을 요구해 세종과의 연계를 높이려고 한다. 한편, 자체 도시계획에서 제시한 도심 내부 BRT는 편도 3차로 이상 되는 도로 중 8곳에 총 연장 31.5km를 까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전철을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등장한 BRT, 그러나 오늘날 세종에서는 BRT 무용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세종시 사회조사의 교통수단별 분담률에서는 자가용이 70.6%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버스와 BRT는 1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도로와 별도의 신호를 받으면서 전용 고가도로와 지하차도가 있는 고규격 BRT를 건설해 정시성을 최대한 높이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일반 도시보다 더욱 넓히면서도 차도는 편도 3차선 이상 설계를 지양했는데도 이렇다.

 

시민들은 BRT로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인 데다가, 바로타가 쾌속성, 정시성, 조밀한 배차 간격 등 어느 것에서 도시철도에 밀린다고 생각한다. 이러다보니 대전과 세종을 잇는 도로는 통근시간대만 되면 자동차로 아우성이다. 여기에 목표인구 50만 명을 잡고 설계했다지만, 세종에 국회의사당이 세워지고 행정수도가 된다면 더 늘어날 교통 수요를 지금 바로타로만 감당할 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세종시민들은 교통 혼잡 해결책으로 시청에서 구상하는 내부 바로타 노선 추가보다 철도에 기대를 더 걸고 있다. 2020년, 충청권 광역지자체들이 건의한 대전 1호선 연장(반석–세종청사–조치원)이 국가철도계획에 포함되었고, 최근에는 민간 건설사가 충청권 광역급행철도 CTX(서울-천안-세종청사-대전청사/대전청사-세종청사-청주공항)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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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천안 광역 BRT(앞쪽)은 2007년 행복도시권 광역BRT 개선 종합계획에서 제안됐고, 2021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BRT 종합계획 수정계획에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천안 도심 BRT(뒤쪽)는 2035 천안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노면전차

사실 노면전차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아니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전차라는 이름으로 운행하다가 도로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1960년대부터 철거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였다. 이런 노면전차가 무슨 장점이 있기에 부활하게 되었을까?

 

노면전차를 없앨 때만 해도 교통 혼잡을 개선하려고 도로를 새로 깔고 넓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늘어난 도로는 또다시 막히고, 그걸 또 늘리기에는 도로를 지을 돈과 땅은 한계에 부닥쳤다. 우리가 몸소 체험하는 현상을 루이스-모그리지 명제는 이론적으로 증명해냈다.

 

결국 도시 대중교통 확충에 교통 당국들이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 이때 노면전차가 눈에 들어왔다. 교통 공학적 관점에서 노면전차는 도로를 잡아먹기 때문에 도로 주행을 불편하게 하면서 다른 철도교통 못지않은 정시성과 쾌속성, 수송력을 확보할 수 있어 자가용 이용자들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할 수 있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노면전차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노면전차는 도심 거리 한복판을 달리기 때문에 보행자가 대중교통에 접근하기 편리하고, 자가용처럼 각종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고 도로에서 미세먼지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보행자 접근성 강화와 미적 측면을 고려해 노면전차 선로 주변과 차량 외관을 꾸민다면 도시 이미지는 더욱 좋아지고 지역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노면전차 건설을 교통수단이 아닌 도시재생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도로에 전차가 달린다고 하면, 특히 전차를 직접 타본 사람들은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른 만큼 기술도 발전했다. 오늘날 노면전차는 자동차 주행 차선과 분리된 궤도 및 정류장을 갖춰 안전성을 높이고, 노면전차 전용 우선 신호를 구축해 쾌속성과 정시성을 갖춘다. 돈을 조금 더 투자한다면 최고 속도와 가속도가 높은 차량을 주문할 수 있고, 최근에는 배터리나 수소를 활용한 무가선 노면전차도 개발돼서 안전성은 물론 미관도 개선할 수 있다.

 

대전은 노면전차의 인식 전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2012년에 자기부상열차 고가 경전철을 짓기로 확정된 대전 2호선.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당선된 시장이 앞선 이유를 들며 노면전차로 바꿨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노면전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겠지만, 여론 수렴 절차가 없었을뿐더러 내 집 앞을 지나는 전철이 10년이 더 지나야 지어진다면 누가 가만있을까?

 

그렇게 시장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잃으면서도 ‘권트램’ 별명처럼 노면전차를 밀어붙였고, 시장이 두 번 바뀌는 와중에도 건설은 지속 추진되었다. 노력이 결실을 보려는 것인지 이 사례를 계기로 전국 지자체는 노면전차를 도시철도로 진지하게 접근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 대전 2호선 착공식이 열렸다. (만세!)

 

한편, 2기 신도시인 위례와 동탄은 노면전차를 염두에 두고 도시를 설계하기도 했다. 이곳은 노면전차를 건설할 자리를 미리 확보한 뒤 건설을 시작했다. 그래서 정류장 바로 앞에 상가를 조성하는 트랜짓몰 같은 시설을 도시계획에 미리 반영해 설계했다. 이런 곳에서는 이미 있는 도로를 점유하는 것보다 논란이 덜 해서 추진도 빠르게 되고 있고, 트랜짓몰은 해당 도시의 특화 요소로 기대되고 있다.

대전 2호선을 달리는 수소 전차. 수소방식 노면전차는 국내 최초이며, 도심 순환선 형태 노선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대전 2호선은 총 연장 38.9km에 정거장 45곳이 들어선다. (자료 출처 = 대전광역시청)

 

 

천안에 경전철이든 BRT든 뭔가 지어졌어야 했지만...

경전철이 무산된지 어언 15년... 오늘도 열악한 대중교통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천안경전철 무산에 아쉬움을 표한다. 여기에 BRT 건설 계획이 계획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버스 전용 차로 없는 만남로, 특히 터미널 앞은 버스와 자가용이 어지러이 얽혀 있다.

 

하지만, 경전철보다 확장이 유연하고 접근이 편리하며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BRT보다는 빠르고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노면전차가 주력 교통수단으로 건설될 수도 있다고 하니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며 괜히 설렌다.

 

천안 노면전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 2023년. 대중교통 혁신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천안시는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BRT보다 노면전차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노면전차 도입 공청회를 열어 총연장 31.6km짜리 네 노선을 공개했는데, 공청회에서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단국대병원-천안터미널-천안역-천안시청-천안아산역을 잇는 노선1은 네 노선 중 대학가와 버스터미널, 철도역 등 교통 수요가 많은 곳을 골라 지나는 것이 특징이며, 가장 먼저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에서 출발해 두정역과 두정도서관을 거쳐 3산단으로 향하는 노선으로 노선2는 클러버와 산업단지 통근객을 노린다. 노선3은 천안역에서 출발해 원도심과 독립기념관, 천안예술의전당을 지나는데 지역 균형 발전과 관광객 수요 확보가 주요 목적이다. 노선 4는 남부대로와 번영로, 북부대로를 잇는 순환선으로 기존 천안경전철 계획과 가장 비슷하다.

 

이렇게 보니 노면전차가 이상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만큼 청사진대로 지어지기만 한다면 천안 시내 교통은 크게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2023년 천안시청이 신교통수단 도입 공청회에서 공개한 천안 노면전차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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