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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에 뒤죽박죽 된 천안 버스 개편안

천안삼거리

by 드파랑 2024. 3.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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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시내버스가 바뀌었다고 떠들썩했던 것이 벌써 한 달 전 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힌다는 말도 있지만, 개편안이 주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그것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만든 시민 의견 게시판에 개편 이후에도 한동안 항의가 끊이질 않았고, 시청은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일부 조정안을 세 차례나 내놓았으며, 이 블로그에서 ‘천안 버스는 이번 기회에 무엇을 바꿨어야 했나?’가 가장 인기 있는 글이 되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앞에 글에서 말했듯이 이런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늘었음에도 차량 대수는 그에 걸맞게 늘리지 않았고, 노선 효율화는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으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기존 노선 배차를 신규 노선 배차에 투입했다.

 

이 문제는 방학 마친 학생들을 버스가 맞이하게 된 지금 더욱 도드라질 것인데, 시청은 이를 해결할 힘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시청은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지금도 체계적으로 일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 빠른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같아 보인다.

 

 

환승 저항이 만든 누더기 개편안

개편 이후 발표한 조정안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축되었던 노선들이 다시 원상회복되었다는 점이다. 입장에서 운행을 마쳤던 201번이 다시 도심으로 진입하게 되었고, 목천/북면에서 독립기념관을 오가던 380번대와 390번대는 원래대로 터미널까지 가게 되었다.

 

개편안에 이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성 사람들은 입장에서 환승만 하면 기본요금만으로 이동이 가능하고, 380/390번대는 이전보다 운행횟수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원래대로 돌아간 이유는 승객들이 환승을 불편했다는 점이 크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단, 환승은 그 자체로 불편을 준다. 직통이었을 때보다 이동하는 거리나 다음 차로 이동할 때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축되었던 노선들은 그 지역이나 구간을 운행하는 유일한 노선이었다.

 

201번이 그동안 유지되었던 것은 천안 도심과 안성 도심을 잇는 유일한 시내버스라는 명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성 관내에서 이동하는 수요, 안성에서 안서동 대학교 통학이나 신부동 상업 시설을 직통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 또한 있었다.

 

안성시는 이런 수요와 더불어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대중교통망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직행좌석버스를 투입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천안시와 운수 3사는 뚜렷한 대안도 못 내놓은 채 번번이 반대만 외쳤다. 직행좌석버스를 도입했더라면 201번 단축으로 생긴 혼란은 막고, 승객의 선택권과 편의가 증진되었을 텐데 말이다.

 

안성시의회 회의록(왼쪽)에 따르면 안성시는 2004년에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직행좌석버스를 추진했으나 천안시와 아산시가 거절해 실패했다. 안성시를 지역구로 둔 김학용 국회의원(오른쪽)은 2024 총선 출마 공약으로 천안아산역행 직행좌석버스 신설을 내걸었다.

 

목천 북부를 다니는 380번대와 북면 일대를 다니는 390번대 또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노선이다. 이 노선들은 해당 지역을 운행하는 유일한 노선이자, 각 마을에서 도심을 직통으로 잇는 노선이었다. 상업/행정/의료/교육/시외교통 등 동네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각종 고차원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시내로 나가는 것이 필수기 때문이다.

 

특히 노선 단축으로 인한 불편은 북면에서 더욱 컸을 테다. 개편 이후 북면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노선(400, 402, 405번)은 11개 리 중 목천과 병천 사이를 잇는 길목에 있는 단 두 리(상동리, 연춘리)만 정차했다. 졸지에 9개 리 주민 약 2,000명이 도심으로 나가려면 환승을 감수해야 했다.

 

아래 파란 줄은 400번 버스 운행 경로를 지도로 표시한 것이다. 개편안 시행 뒤 북면에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400, 402, 405번)는 이처럼 남부 2개리만 지났으며, 나머지 아홉 개 리는 독립기념관까지만 운행하는 380번을 타고 중간에서 환승해야 했다.

 

지간선제를 강화하면 운행 효율이 오르면서 주민들이 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분명이 있다. 시청이 내걸었던 지간선제 강화라는 목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데다가 대체 노선 신설 같은 치밀한 계획 없이 추진했다. 결국 단축된 노선들은 쓸데 없는 혼란만 일으킨 채 원래대로 돌아가야 했다.

 

 

눈에 띄지도 찾기도 어려운 노선들

개편안이 조금 조금씩 바뀌는 중에 바뀌지 않은 것이 있는데, 바로 정류장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류장은 누더기마냥 바뀌는 와중에 정류장 노선도나 정차 안내판이 바뀌지 않은 것이다.

 

거의 모든 정류장에 붙여진 노선도와 정차 안내판은 아직도 개편 내용을 반영하고 못하고 있다. 어떤 곳은 임시방편으로 개편 노선 안내도를 정류장에 덕지덕지 붙여 놨다. 노선이 몇 차례 조정된 곳은 개편 전 노선도, 개편안 노선도, 조정안 노선도가 한데 뒤섞여 있다.

 

이렇게 되면 승객들은 도대체 지금 이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것을 타야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홍보물과 정류장 노선도가 달라 혼란을 겪거나 아예 개편된 지도 모른 채 탈 수도 있단 말이다. 여기에 미관이 영 지저분해 보이는 것 또한 문제다.

 

이 문제를 따진 한 기사에 따르면, 새로 제작한 표지판을 겨울에 부치면 잘 떨어지니 날이 풀리면 붙일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3월 초순이 지난 지금도 아직 바꾸지 못한 상황을 시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차라리 날을 늦춰서 추진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주에 찍은 천안 버스 정류장들. 목천읍 '평생교육원' 정류장과 '남산중앙시장' 정류장(첫 줄)은 개편안과 조정안 홍보물이 뒤섞여 혼란을 준다.노선이 몇 없는 시내권(둘째 줄, 불당동 'LH천년나무7단지'정류장과 차암동 '코스트코' 정류장)은 그나마 덜 볼썽사납다. 셋째 줄에 있는 '종합터미널' 정류장과 '원성극동아파트' 정류장은 노선 안내도에 어떤 표시도 없다.

 

바뀌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면 급행 버스의 겉모습이다. 급행 버스는 분명 일반 버스와 운행 행태가 다른 노선인데, 도색에서는 일반 버스와 차이가 없다. 승객들은 버스 번호와 일부 버스에 부착되어 있는 ‘급행’ 표지를 보고 분간할 수밖에 없다.

 

이것 또한 승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급행버스를 정차하지 않는 정류장에서 승객이 일반 버스인 줄 알고 타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급행 버스 도색을 차별화해 급행버스 존재 자체를 알려야 한다.

 

 

그믑습니드 시증님...

관리가 하나도 안 된 버스 정류장을 보거나 우리 집 앞으로 오는 버스 배차 간격의 형편없는 꼬라지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나지만, 별 수 없이 참고 타고 있다. 개편안이 아무리 졸속이고 맹탕이어도 어쩌겠는가 차를 사지 못한 내가 잘못한 것을.

 

그 와중에 개편에 맞춰 천안 시내버스를 주제로 한 기사들이 연이어 올라온 것이 눈에 띄었다. 그 기사들은 다음 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천안 시내버스가 달라졌어요” 시, 노선개편 3년 만에 마무리

(르포)천안 출근길 시내버스 타보니 “버스 혁신 절반은 성공”

○○○ 천안시장, 시내버스 출근하며 대중교통 혁신 ‘지휘’

 

제목은 제각기 다르지만 토씨 몇 가지 다른 것 빼고 내용이 고만고만한 이 기사들은 하나같이 날마다 버스로 출근하는 시장님의 수고로움과 이번 개편에 시장님이 많은 공을 들였음을 찬양하기 바빴고, 어떤 기사는 이 시장님의 훈훈한 한 마디로 마무리를 짓는다.

 

3년의 노력 끝에 버스 노선이 개선됐지만 시민들이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된다. 시내버스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시민들이 직접 타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기사를 읽는 순간 빡침이 가슴을 넘어 머리로 타고 올라왔다. 내 집 앞으로 오는 버스가 여전히 부족한 동네도 있고, 어떤 동네는 신설 노선에 차를 빼앗겨서 배차 간격이 더 늘어났다. 이번 개편으로 불편이 해소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심해진 곳도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애써 모른 척하는 걸까?

 

화가 가라앉은 뒤에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시청 전체가 대중교통 개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 개편안이 이리 된 것은 부서 하나가 잘못해서가 아니며, 불편한 대중교통 문제는 한동안 풀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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