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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시민에게는 편리한 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천안삼거리

by 드파랑 2024. 2. 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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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통 터지는 2024년 천안 시내버스 개편안 유감] ③

 

지난 글들에서 여러 불평과 문제를 쏟아냈다면, 이번 시간에는 그 불평과 문제를 어떻게 고치고 바꿀 수 있는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대안 없는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난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선을 새로 짜면서 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 버스를 더 많이 배차케 하고 ② 중복되는 노선은 없애며 ③ 노선 경로는 될 수 있으면 직선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러다보니 지금 운행하는 노선보다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지금보다는 나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교통공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빅데이터는 아예 다룰 줄 모른다. 그래도 지리와 교통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25년간 버스로 천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버스에 관한 여러 생각이나 이야기를 들어 본 것이 많기 때문에 노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청에서 만들었던 노선 개편안 시민 의견 게시판에서 썼던 것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과감하게 막 던져보려고 한다. 여기는 내 공간이니까.

 

1. 청당동

청수지구를 지나는 70/71/87번은 이 세 노선은 세부 경유지가 다를 뿐 청당동 - 중앙시장 - 천안역 – 터미널 경로를 비슷하게 운행하고, 모든 노선이 시내 구석구석을 잇느라 노선이 빙빙 돌아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직선화나 경로 조정을 통해 중복 운행과 굴곡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

 

87번 삼룡교에서 터미널 구간을 충절로 일직선 통과로 바꾸면 기존 경로(약 4.5km)보다 약 2km를 줄일 수 있다. 70번과 71번은 종점은 다를지라도 청수 한양수자인 아파트부터 터미널까지 법원/검찰청 – 청수고 – 홈플러스 구성점 – 우성VIP 아파트 – 중앙시장 – 천안역 순으로 경유하게 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경로는 단순해지고 표정속도는 빨라지면서, 주민들은 본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을 더 편리하게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위 그림은 예시이며, 실제 노선도가 아닙니다.

 

2. 차암동, 성성동

신설 노선이 두 개나 만들어졌을 정도로 대중교통이 불편했던 차암동과 성성동. 하지만, 신설 노선들은 30분 배차라 이용하기 어려울뿐더러 기존 노선과 경로가 비슷해서 효용성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성성동 주민들은 천안아산역을 바로 가는 버스 노선 신설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현실은 터미널, 두정역 종착이었다.

 

앞서 2km 정도를 줄인 87번은 성성동 천안시티자이가 종점인데 이를 아산 산동1리까지 끌고 오면 총 주행 거리는 500m~1km밖에 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80번은 쓸모가 없는데, 성성 자이@부터 두정도서관까지 구간은 남긴 채 백석동, 천안시청, 신불당을 경유하게 하고 종점을 천안아산역으로 보내면 성성동에서 천안아산역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노선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3번은 필요가 없다.

위 그림은 예시이며, 실제 노선도가 아닙니다.

 

3. 용곡동

어찌 보면 가장 주목 받지 못하는 교통 소외 지역이다. 일봉산 뒤편과 남부고가교 근처에는 시가지와 떨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 있다. 이 단지들은 각각 3,000세대에 달하지만, 버스 운행 횟수는 형편없고 양 지역은 버스로도 서로 이어지지 않아 같은 동인데도 생활권이 딴판이다.

 

일봉산 뒤편에는 터미널로 갈 수 있지만 하루 16회 운행에 불과한 9번과 천안아산역, 그보다 자주 오지만 마을에서 시청을 빙글빙글 돌며 잇는 21번이 있다. 남부고가교 근처는 9번, 21번보다 자주 오는 2번과 7번이 다니긴 하다. 하지만, 2번과 7번은 경로가 같은 것을 순환 방향에 따라 번호만 달리 매겼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 노선이고, 2번과 7번 종점이 남부고가교에서 두정역으로 바뀌었는데도 그곳을 지나치는 경로를 고수하고 있어서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이곳은 앞선 것보다 좀 더 과감하게 노선망을 바꿀 필요가 있다. 2/7번 새샘중 - 남부고가교 구간을 폐지하고, 남산공원을 경유하게 한다. 대신, 남부권 순환 노선으로 새로 신설된 88번을 신방동 대신 남부고가교 용곡 한라비발디 아파트 순으로 경유하고, 그리고 88번이 천안아산역을 경유하게 해서 전체적인 선형이 남부 권역을 더 포괄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면 88번은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며, 21번은 없애도 그만인 노선이 된다.

 

한편, 앞에서 굴곡 노선으로 지적했던 11번을 고칠 기회도 생기게 된다. 남부고가교 기준 동부 구간은 중복 노선이 너무 많아서 있으나 마나 하지만, 서부 구간은 서북구 동 지역에서 서부 천안역을 잇는다는 가치가 있는 노선이다. 그래서 서부 구간만 살리는데, 서부 구간 종점을 남부고가교로 연장하고 중간에 일봉산 뒤편과 신방동을 연결하면 세 지역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위 그림은 예시이며, 실제 노선도가 아닙니다.

 

4. 안서동

안서동에는 대학이 다섯 곳 몰려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 청년 중에 천안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생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태생인 것도 있지만, 천안은 그들이 만족하고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 중에는 시내버스 때문에 골치를 썩인 뒤로는 천안 도시 이미지가 낡은 도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으로 바뀐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두정역에서 대학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버스가 만원이라 못 타서 결국 수업 시간에 지각 처리됐다는 학생, 천안역에서 와야 할 버스가 오지 않아 결국 백석대까지 택시를 탔다는 학생. 이런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다. 이렇게 정주 여건이 안 좋으니 안서동 대학가에서 자취하던 사람들도 방학만 되면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안서동 대학가의 버스 증차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새 노선을 만들 필요도 없이 터미널 종착 노선 들을 각 대학 앞까지 연장하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는 천안 사람들도 버스를 못 타는데 외지 사람들 신경 쓸 이유가 있냐며 되물을 수 있는데, 이건 천안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이득이 된다.

 

먼저, 터미널 교통 혼잡을 조금 줄일 수 있다. 터미널 앞에서 대기하는 버스가 사라지면 정차 공간도 확보되면서 버스 타려고 도로 한복판으로 나가야 되는 일은 줄 것이다.

 

그리고 운수 노동자 휴식권 보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림 한숲 아파트 앞이나 천안로 지하차도 부근에는 터미널에서 운행을 마친 기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이곳에는 마땅한 휴게 시설이나 화장실이 없다. 이럴 때 각 대학 앞까지 버스를 가게 하는 조건으로 대학 내 주차장을 회차지로 쓸 수 있게 대학과 협상을 한다면, 버스 기사들은 더욱 휴식을 잘 취한 상태에서 다음 운행에 임할 수 있고, 시청은 휴게소 설치 예산을 아낄 수 있으며, 대학생들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해진다.

 

마지막으로 대학 통학 버스가 많이 사라질 것이다. 호서대와 선문대는 천안 도심 내부를 도는 셔틀버스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 복지로써는 좋은 정책인데, 시내 교통 차원에서는 여러 문제가 생긴다. 공공재인 도로가 통학 버스가 있는 대학생들만을 위해 쓰인다는 점, 셔틀버스 도로 점유와 시내버스 정류장 정차로 인한 정체와 차량 흐름 방해가 생긴다는 점, 원칙적으로는 학생들만 태워야 하는데 일반인이 타도 제한이 없어 불법 소지가 있는 점 등이 있다. 문제가 이렇게 많음에도 천안시는 대학가 시내버스 확충을 주저했는데,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한편, 이렇게 하면 기존 대학가 운행 노선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대학가에서 두정역을 가려면 반드시 터미널을 거쳐 가는데, 경로상 돌아가는데다가 그 구간은 상습 정체 구간이라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20번을 터미널 대신 단국대 내부로 경유하게 한다면 단국대생이 두정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단국대 내부 셔틀버스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4번도 터미널 미경유를 한 번 검토해 봄 직하다.

위 그림은 예시이며, 실제 노선도가 아닙니다.

 

5. 풍세 한양수자인

600번과 601번 경유로 불만이 조금은 사그라진 듯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세대수에 비하면 운행 횟수가 적기도 하고 게시판에 쓴 게 아깝기도 해서 여기에 다시 한번 적어본다.

 

일단 기존 노선들을 활용해 운행 횟수를 많게는 해당 정류장 운행 횟수를 10회 이상 늘릴 수 있다. 터미널에서 출발해 남관리 - 풍세 - 광풍중 - 용정리/삼태리 - 태학산 순으로 가는 650번을 남관리 용정리 - 풍세 한양수자인 - 광풍중으로 하면 풍세면 내에서 Y자로 된 비효율적 선형도 개선하면서 예전처럼 용정리/삼태리 주민들이 풍세면 읍내로 나가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아산 휴대리/세교리를 고리 형태로 잇는 614번은 고리를 동방초 기준 동서로 끊은 뒤 그것의 종점을 풍세 한양수자인이나 태학산으로 연장할 수 있다. 그러면 아파트 입주민은 물론 남관4리나 신방동 힐링타운 같은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신설 노선도 하나 있다. 호서대 아산캠퍼스 - 풍세산단 - 풍세 한양수자인 - 남관리 - 천안역 - 터미널 - 호서대 천안캠퍼스를 잇는 노선, 가칭 690번이다. 약 24km에 달하는 이 노선은 아파트 입주민 수요는 물론 풍세산업단지 통근 수요와 호서대 양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수요도 잡을 수 있다. 20분 배차만 해준다면 새로운 흑자 노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 그림은 예시이며, 실제 노선도가 아닙니다.

 

6. 급행버스

농촌 지역 급행버스 확충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럼에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 혜택을 보는 지역이 병천/북면/목천과 터미널 삼각지대에만 치우쳤고, 815번은 선형과 배차 간격이 다 별로라는 점이 두 번째로 아쉽다.

 

첫 번째 아쉬움은 다른 지역에도 급행버스를 운행함으로써 해결된다. 개편 전 201번을 급행버스로 전환하고, 종점을 천안아산역까지 연결하면 입장/성거 주민들이 동부권 동 지역은 물론 서부와 아산으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해지고, 안성 사람들의 천안아산역 이용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405번의 기점을 단국대병원으로 연장하면 안서동 대학가 사람들이나 병원 방문객들도 급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교통이 불편한 동면에는 도심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 두 번 다니는 402번이 유일한데 이것을 폐지하는 대신에 급행버스 종점을 연장하면 더 많은 사람이 급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815번에 대한 아쉬움은 선형을 쫙쫙 펴주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터미널이나 천안역에서 독립기념관 갈 때는 405번 없으면 400번 타고 가면 되고, 천안예술의전당은 401번이 있다. 이렇게 된 거 815번은 천안아산역까지 직선으로 내달리는 거다. 기점에서 종점까지 쭉 타고 갈 때 지금보다 시간도 아낄뿐더러, 남부권 동 지역 주민들이 목천으로 갈 때도 한결 수월해진다. 그리고 수요가 많은 한국기술교육대와 독립기념관과의 연계를 위해 유관순 열사 유적지까지 연장도 하고, 일 5회 갖고는 이용하기도 어려우니 못해도 90분에 한 대씩은 배차해 주면 탑승객이 늘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아쉬움이 있는데, 세 번째는 급행 노선을 일반 입석형 버스로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지난해 천안시청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그를 바탕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등받이 조절이 가능한 고급 좌석을 갖춘 급행버스를 거듭 제안했다. 분명 제안에 타당성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은 공모전에서 우수 제안으로 선정했을 텐데, 실제 개편에서 왜 반영이 안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된다면 급행버스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고, 요금 몇백 원을 더 내서라도 탈 사람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위 그림은 예시이며, 실제 노선도가 아닙니다.

 


 

시청 공무원들과 기자들에게 잔소리하며 마무리할까 한다. 천안 시내버스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면 전면 개편, 1년간 고심, 스마트 교통혁신 이라는 실제 이용객이 보기에 터무니 없는 기사 제목만 나온다. 아마 공무원들이 쓴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그대로 베끼다보니(기자들 사이에서는 이걸 우라까이라고 한다나 뭐라나...) 이런 오글거리고 혈압 오르는 기사가 나오는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무원 분들은 실생활에서 버스를 타보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증차를 통해 버스 공급량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리고 기자들은 이번 개편에 대해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이 나왔으면 한다. 그깟 버스라고 하기에는 지금 천안이, 교통 약자들이, 지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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