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지방선거 쪽글] ④

9기 천안시의회는 의원 29명으로 구성됩니다. 서북구 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국회의원 천안을 선거구 지역이 기초의원 3~5인 중대선거구 시범 실시 지역에 포함됐고, 그래서 지역구 두 석이 늘었습니다.
정치 다양성 강화를 주장하는 소수정당이나 정치학계나 언론에서 3~5인 선거구 도입을 제기하지만, 보수 정당 쪽은 무조건 반대하고 민주당에서는 미적지근한 반응이 제법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11곳에 한해 실시하는 정도로 그쳤고, 올해는 27곳으로 대상을 늘렸는데 그 중 천안을 선거구가 천안시 지역구 중 처음으로 시범 지역에 포함된 것이죠. 이에 따라 마와 바 선거구에서는 각각 한 석씩 는 3명을 선출하게 됐습니다.
다만, 시 전역이 아닌 국회의원 지역구 한 곳, 그것도 을 지역구에 속하는 네 선거구 중 2곳만 실시하기 때문에 천안시 내에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4인 이상 선거구는 없고 시범 지역 중 다른 선거구는 2인 선거구로 남겨두다 보니 의도한 대로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점, 중대선거구제 확대를 요구했던 소수정당들이 정작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그에 맞춰 후보를 발굴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기초의회 선거구는 지난번과 같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도입과 선거구 내 의원정수 조정으로 선거구 내 의석 변동이 있었습니다. 쌍용1~3동 선거구가 3인 선거구에서 2인 선거구로 바뀌었고, 그 의석은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원도심 동으로 구성된 다선거구에 돌아갔습니다. 이러다 보니 의석이 서북구에서도 북부 지역으로 쏠리는 모양새입니다.
성거읍 사시는 분들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가 다르다는 점을 주의하시고 투표하셔야 합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가 일치해야 하지만,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특례가 이걸 무시하고 기존 선거구대로 기초의원을 뽑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광역의원은 성거읍을 포함한 북부 4개 읍면이 다시 하나의 선거구로 묶였고, 기초의원은 지난번처럼 부성1동과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한 정당은 민주당입니다. 국민의힘보다도 5명이 많습니다. 천안이 충청도 지역 중에서 민주당에 좀 더 친화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는 데다가 국민의힘 조직력이 내란과 윤어게인 논란으로 약화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소수정당 중에서는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과 진보당이 지역구 후보를 공천했습니다. 정당별로 선거 전략은 조금씩 다른데요.
조국혁신당은 소수정당 중 유일하게 비례대표 선거에도 후보를 내면서 의회 의석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개혁신당은 시장 출마자를 포함한 후보 모두를 40대 남성 이하로 구성하면서 자신들이 주력 지지층으로 삼는 2030 남성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모양새입니다. 한 명만 내보낸 진보당은 선택과 집중을 취한 모양새인데, 하필 후보가 활동하는 곳이 2인 선거구에 후보만 6명이 나와서 충남 기초의원 선거 중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경쟁률 3:1)입니다. 한편, 모든 무소속 출마자는 양당 출신에 광역·기초의원 경험이 있는 후보들입니다.

소수정당들은 의석을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소수정당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과 마주해야 합니다. 지난 다섯 차례 선거를 통틀어 양당 외 다른 정당이 의회에 진출한 사례는 충청 지역정당을 자처했던 2008년 자유선진당이 유일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천안에 3인 선거구는 네 곳에 불과하고, 소수정당 진출을 용이하게 해준다는 취지로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의석이 세 석에 불과합니다. 소수정당이 그 벽을 이번에는 깨뜨릴 수 있을까요?


후보들이 한 표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쓰는 와중에, 선거를 치르지 않고 당선되는 사람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이름은 바로 무투표 당선자. 해당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 수가 선출 정수와 똑같거나 못 미칠 때 선관위는 선거하지 않고도 이들에게 당선증을 줘버립니다.
이번 천안시의원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총 6명으로, 지난번 선거 네 명보다 두 명이 더 늘었습니다.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선거구는 가, 나, 자이며, 모두 동남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권오중 의원은 두 번이나 그것도 각각 다른 곳에서 무투표 당선된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습니다.
당선되신 분들은 일단 축하합니다만, 무투표 당선은 유권자의 선거권을 방해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옳지 못한 제도입니다. 무투표 당선자들은 선거 운동 기간에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어서 유권자들은 공약이나 인물을 검증할 기회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이번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후보 수가 선출 정수와 같거나 미달하는 선거구에 찬반 투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흐지부지됐고, 결국 무투표 당선자는 전국적으로는 총 513명이 나와 역대 선거 중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꼽자면 먼저 선거제도의 결함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만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양당으로 의석 집중을 부추깁니다. 천안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선거구가 모두 2인 선거구고, 후보자가 모두 양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2인 선거구가 왜 문제인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양당이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지역 조직력이 약화한 점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지역 기반인 영호남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마구 나오고 있습니다. 시흥시장 선거에는 민주당 후보만 출마해 최초로 수도권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 사례가 됐고, 경기도의회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1곳에나 후보자를 내지 못해 모두 민주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습니다.
결국,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은 무투표 당선자들이 지역 여론을 잘 대변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부디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라는 말이 사라져서 의원들이 찜찜함 없이 당당하게 의정 활동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방선거가 10여 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이라도 내가 사는 동네에 어떤 의원 후보가 나와서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으시다면 지난 수요일부터 걸린 벽보나 이번 주말에 각 집에 배달 됐을 종이 공보물 꼭 챙겨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들어가서도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지금 선거뿐만 아니라 역대 모든 선거의 투개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이번 글 포함해 정치를 주제로 하는 게시물을 쓸 때마다 항상 참고하고 있습니다. 시간 나시면 그동안 우리 지역에 있었던 선거에 관해 확인해보셔도 좋고요.
어떤 분은 종이 한 장이 무엇을 바꿀 수 있냐고 되물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대통령처럼 오천만 국민이 한 사람을 향해 뽑는 선거는 표 차가 대개 몇십만 표에서 나고, 일하라고 뽑아 놨더니 싸움만 하고 할 일은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그래요 그런 감정이 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투표는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사 표현 수단입니다. 내가 뽑은 대표가 내 의사를 대변한다는 믿음을 갖고 투표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믿음이 안 생기신다면... 이때만큼 정치인들이 나를 대접하고 나에게 읍소하는 일도 없으니 그걸 잘 즐기셨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표를 던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거창한 이유도 이유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실리적인 이유로도 한 표가 정말 소중한 가치를 지닙니다. 동네 단위로 선거구가 꾸려지다 보니 한 표 차로 당선과 낙선이 갈리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아래 사진은 한 표의 소중함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고요. 충남에서는 2018년 청양군의회 선거에서 그 한 표 때문에 대법원까지 간 끝에 당선자가 바뀌는 일도 있었습니다.

표는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그래서 모든 표는 소중합니다. 이 안내서를 보신 분들이 이번 지방선거, 특히 지방의원 선거에 잠깐이라도 관심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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