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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는 정말 잘못된 제도일까?

여의도

by 드파랑 2026. 3.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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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지방선거 쪽글] ② 정당 정치를 망치는 유령은 어쩌다 정치 개혁 대안이 되었나

 

올해가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임을 알려주는 것들은 참 다양하다. 우선 월드컵. 월드컵과 지방선거는 같은 해에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선거와 월드컵 모두 치열하게 싸우기는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며 싸우는 월드컵의 열기에는 견줄 수 없어서 사람들은 지방선거를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그래서인지 상가집에서도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로 뜨거웠던, 한일 월드컵 열기 속에서 치른 지방선거는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자 역대 선거 중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48.8%)을 기록했다.

 

월드컵은 반갑지만, 수많은 정치 현수막과 전화들은 별로 반갑지 않다. 새해 인사랍시고 길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현수막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론조사 한답시고 인사 올린답시고 울리는 전화벨은 내 귀를 어지럽힌다. 그래도 이거라도 해야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를 해주는 수밖에 없다.

 

진짜 짜증 나는 것은 따로 있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론이 그렇다. 지방선거가 반복될 때마다, 지방의회의 무능이나 부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따금씩 나왔다.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하는 공천되는 현행 체제에 문제가 많다는 그럴듯한 논리와 기초의원 선거가 처음 시행된 2002년 지방선거에서만 하더라도 후보자들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는 선례를 들면서. 강선우-김경 공천헌금 사건에서도 일부 언론은 비슷한 주문을 내놨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보스 정치를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할 이 대안. 그러나 현대 정치를 정당 중심 대의민주주의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첫 기초의원 선거 이후 기초의원 무공천 제도가 정당 정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그 다음 선거부터 정당 공천이 시행됐다.

 

거기에 기초의원 후보자들이 당적을 갖고 출마하는 것은 그것대로 유권자들에게 효용을 주고 있으며, 공천제 취지를 살리면서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있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 정말 정치개혁인 걸까?

 

 

교육감 후보들이 색깔 있는 잠바를 입는 이유

교육감 투표는 어느 지방선거 투표보다도 특이하다. 정당 공천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일정 자격을 갖춘 후보자에게만 후보 등재를 허용하고, 기호로 인한 유불리를 피하고자 선거구별로 표지에 후보자 등재 순서를 달리하는 교호순번제를 도입했다. 이는 교육자치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꾸준히 지적됐다. 교육감의 정책 추진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투표조차 할 수도 없다. 성인 유권자들은 교육이라는 한정된 분야의 업무만을 맡다 보니 후보에 대한 정보가 적고, 학부모가 아니라면 교육 문제 자체에 관심이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잡으려는 비책을 꺼내드는데... 그것은 색깔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선거공보물에서 민주당의 파란색과 국민의힘의 빨간색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유세할 때 빨강이나 파랑 잠바를 입으며 지지를 호소한다. 색깔에 예민한 정당들은 문제를 제기할 만도 한데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 ‘(민주)진보’와 ‘보수’ 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출마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마련한 의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지만, 이것은 결국 투표라는 행위로 권력을 몰아주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교육 경력은 다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그들이 차별점을 둘 수 있는 건 공약 아니면 자신이 어떤 진영의 후보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어떤 진영의 후보인지가 중요한 정보인데, 지방 단체장과 의원 선거는 더하다.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투표지에 같은 정당 후보만을 찍는 ‘줄투표’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도장을 일곱 번이나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기초의원 기표지는 대충 찍기 십상이다. 유명 정치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출마자에 대한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니고,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도 고만고만하다. 교육감 선거보다도 주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후보에 대해 일일이 알아볼 시간이 없는 유권자들은 그냥 같은 기호 후보자로 표를 밀어버린다.

 

교육감 후보자 색깔 잠바나 줄투표 현상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정당이 유권자에게 중요한 정보 중 하나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초의회 선거에서 무공천을 한다 해도 이와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기초의원 후보자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유권자들은 당적을 알 수 없다면 잠바 색깔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그 잠바를 입은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이러면 무공천이 무슨 소용일까? 오히려 교육감 선거보다 더 심한 깜깜이 선거만 부추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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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있었던 서울특별시 교육감(첫번째 사진)과 부산광역시 교육감(두번째 사진)의 보궐선거 홍보물. 후보 홍보물에 민주당 고유 색깔인 파랑이나 국민의힘 고유 색깔인 빨강만 쓴 것이 눈에 띈다.

 

 

비례대표제는 어쩌시려고?

기초의원 공천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당 득표로 당선이 결정되는 비례대표 기초의원의 존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의회 지역구 의석수의 10%를 비례대표 지방의원으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국회 구성에 관한 내용을 담은 헌법 41조는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뽑을 때도 비례대표제가 필수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방의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적용되는 봉쇄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봉쇄조항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난립과 정치 극단화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정당이 득표율로 국회 의석을 배분 받으려면 3% 이상을 넘겨야 하는데, 이 정도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봉쇄조항이 엄격한 편도 아니다.

 

하지만, 헌재는 양당제가 공고해지면서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과 소선거구제 위주의 선거 환경으로 인한 비례성 악화를 보완하기에는 현행 비례대표 의석이 모자란다는 점에 주목했다. 봉쇄조항 위헌 결정은 정치 다양성 증진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헌재가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승기를 얻은 소수정당들은 지방의회에 적용되는 봉쇄조항 5%에 대한 헌법소원을 헌재에 제기했는데, 이 또한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받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방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제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나와야 할 것이지만, 현행 지방의회 비례대표제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전체 의석 중 비례대표 지방의원 의석수는 국회 전체 의석 중 비례대표 의석이 차지하는 비중(약 15.3%)보다도 적다. 더욱이, 기초의회 지역구 의석수는 광역의회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어서 아무리 많아도 5석(창원시의회)이고 1석밖에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원체 적으니 봉쇄조항은 있으나 마나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라는 요구는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를 지지기반으로 삼는 소수정당에서만 줄기차게 주장했다. 기초의회 선거구에 3~5인 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의석수 확대가 되지 않으면 소수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길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주장을 소위 한줌단의 소음으로 치부했을 테지만, 이제는 지역 정치인들도 비례대표제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 광역의회이면서 기초의회 기능도 있는 제주도의회는 교육의원 폐지로 인해 사라질 다섯 의석을 비례대표로 전환해 비례대표 의석을 전체 의석의 30%로 끌어올리자는 결의안을 가결했고, 대전-충남 · 광주-전남 ·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에는 통합 광역 의회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의석의 20%로 늘리는 조항이 포함됐다. 비례대표 확대로 정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역사회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데, 기초의원 후보자에게 정당 공천을 금지해버리면 무슨 수로 비례대표를 뽑는다는 걸까?

 

 

지금 지역에 필요한 건 풀뿌리 지역 정당 체제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방자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30년이 지났음에도 지방자치는 지역 내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방자치의 효용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방 정치인들은 주민들과 겉돌고, 애먼 지방자치제는 적폐나 만악의 근원으로 공격당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풀뿌리에 빗대자면, 다양한 정치세력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러려면 정치적 토양을 다양한 정치세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 아닐까?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이야말로 지금 지방자치에 필요한 존재다. 한국에서는 정당 등록을 하려면 당원이 200명 이상인 시도당 다섯 개를 갖춰야 하고, 중앙당을 서울에 둬야 하는 규정 때문에 지역정당 설립은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지역정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랑 정치 문화나 환경이 비슷하면서도, 지역정당 생태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도쿄도의회에서는 제1당이 자민당이 아닌 도쿄도지사 고이케 유리코를 중심으로 하는 도민퍼스트회라는 도쿄 지역정당이고, 협동조합 운동에서 출발한 도쿄·생활자네트워크라는 정당도 원내에 진출해 있다. 다카이치 내각에서 자민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오사카유신회를 전신으로 한다. 지역정당이 지역정당으로써 활동할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에도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지구당 부활 또한 지방 정치 역량 강화에 필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지구당은 차떼기당 사건으로 부패 정치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받고 사라졌고, 고정 사무실이 없는 당협위원회가 지구당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없앤 뒤에는 지구당 부활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당협위원회를 없애고 보니 지역구 정치가 오히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특정 유력 정치인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원외 정치인들은 정당을 막론하고 꾸준히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고 있고, 중앙선관위에서도 지구당 부활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열린 도쿄도의회 의원 선거를 토대로 한 정당별 의석 현황. 당시 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진초록)가 31석으로 제1당, 자민당(연초록)이 19석으로 2당이 돼 자민당이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한편, 무소속(회색)으로 취급된 도쿄생활자네트워크는 이번 선거에서 한 석을 유지했다.

 

 


 

지방분권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지역 정치와 지방자치도 그에 걸맞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세력에 의한 지방자치고,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정당정치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이 기초의회에 진출하고, 기초의원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구조는 지역 주민의 관심과 견고하게 체계화된 풀뿌리 정당 정치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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