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지방선거 쪽글] ①
탄핵 심판 이후에도 분주했지만 사람들 주목에 벗어나 조용히 돌아가던 헌법재판소에서 오랜만에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결정을 내놓았다.
지난 10월, 헌재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만들어진 전라북도의회(현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선거구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결정적 사유는 인구편차 상하 50% 기준 위반. 당시 장수군 선거구 인구수는 21,756명으로 전북도의회 선거구 평균 인구수 49,76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은 이런 선거구 획정이 선거에서 모든 사람의 한 표가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 원칙을 훼손한다고 봤고, 헌재는 국회가 올해 2월 19일까지 선거구를 개정하지 않으면 선거구 전체가 무효가 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법부의 일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으니, 이제는 '국민 주권'을 대표한다는 국회가 그 결정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4년 전 헌재가 인구 편차 허용 범위를 4:1에서 3:1로 축소하는 결정을 처음 내렸을 때,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이라는 해묵은 논란이 다시 제기되었다. 국회는 이 논쟁을 잘 수습해야 했지만, 논란을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미봉책으로 지역 대표성에 기운 법안을 내놓았다.
인구가 5만 명 미만인 자치구·시·군의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는 최소 1명으로 하고, 인구가 5만 명 이상인 자치구·시·군의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는 최소 2명으로 한다.
- 공직선거법 22조 1항
6개월 뒤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는 점, 선거일 180일 전인 12월 5일에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돼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는 지금이라도 빨리 100점짜리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소수의 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특정한 선거구를 형성하는 구조에서 도시는 전통적으로 피해를 봐왔다. 한국이 한참 산업화를 추진했을 때는 일자리를 찾아 농어촌에서 도시로 가는 이촌향도 현상이 있었고, 최근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에서 현상을 따라잡는 속도는 한없이 느렸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인들의 유불리가 크게 작용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여촌야도 현상에 위기감을 느껴서 도시 선거구 분구와 농어촌 선거구 통폐합을 최소화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자신의 텃밭을 잃고 싶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개편을 최소화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도시와 농어촌 선거구 간 인구편차는 더욱 심해졌고, 도시 지역은 정치적 영향력에 비해 실제 의석 배분이 적어 과소대표됐다.
이것은 표의 등가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고, 도시 주민들은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 답을 처음 내놓은 시점은 1995년.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때 최대 인구 선거구의 인구수는 최소 인구 선거구 인구수의 4배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고, 2016년에는 이 비율이 2:1까지 축소됐다. 지방의회에서는 지난 선거부터 3:1이 선거구 획정의 기준점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 지역의 과소대표 현상은 여전하다. 농어촌 선거구 통페합을 최소화하면서 의석을 배분하다보니 도시 지역 의석수는 증가 폭이 미미하다. 지방의회에서는 이런 의석 불균형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광역 의회 의원 정수는 각 광역단체에 속한 기초단체 수와 국회의원 의석수가 배분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서는 인구수를 직접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특히 의원 1인당 대표하는 주민수가 현저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초의원에서는 특히 그 불비례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기초의회에서 최소 의원 정수는 7명이다. 지방에서는 울릉군 같이 인구가 매우 적은 지역에서 배정받는 의석수인데, 경기도에서는 중소도시뿐만 아니라 중견도시도 7명을 배정받고 있다. 단체별로 동등하게 맞추는 건 어려워도 수준은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방 소멸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우리 지역만을 대변하는 의원이 사라진다면 더 큰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선거구 유지 최소 인구가 내려가지 않는 한, 수많은 농어촌 지역 선거구가 다른 선거구에 흡수되어야 할 처지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자면 경상북도의회 울릉군 선거구가 있다. 인구가 8,000명 선까지 떨어진 울릉군은 헌재 결정을 그대로 따른다면 다른 선거구와 통합될 수밖에 없고, 같은 국회의원 선거구로 묶인 포항 북구의 어느 읍면동을 떼와야 할 것이다. 포항 북구와 울릉도 간 거리는 100km나 떨어져 있는데, 이곳에 당선된 의원이 두 지역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북 울릉 말고도 다른 지역과의 합구가 불가피한 곳이 제법 된다는 점이다.

헌재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헌재는 인구 편차 관련 결정을 내놓으면서 농어촌 대표성 또한 지키기 위해서 다른 나라보다 인구 편차를 폭 넓게 잡았고, 이 범위를 지키면서 국회가 농어촌 대표성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결론을 내리자니 머리가 아프다.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 선거에서는 어느 한 쪽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도시나 농어촌이나 타당한 의견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누구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걸까?
타협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문제 해결이 조금 복잡하다. 첫 번째 조건은 지방의회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여론 때문에 정수 증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지만, 국회는 2022년 지선 전에 3:1 인구 편차를 맞추고자 광역 의원 정수 39명과 기초 의원 51명을 늘린 바 있다. 한 시군구에 의석을 한 개 이상 보장하고 싶다면 이번보다 더 많은 정수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의석을 무작정 늘리기에는 정치 혐오 여론을 무시할 수가 없고, 현행 선거구제를 손보지 않은 채 증원을 하든 안 하든 선거구가 큰 폭으로 바뀌는 건 피할 수 없어서 혼란과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의원 정수 확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농어촌 지역에는 한 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 도시 지역에는 2~3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를 꾸리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도시 선거구를 자잘하게 쪼개지 않아도 되면서, 농어촌 지역구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다양성과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광역의원은 국회의원보다도 불비례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심한 곳만 아니어도 한 당이 압도적으로 많은 의석을 가지는 경우 부지기수다. 그런 현상을 보정해야 할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의 10% 정도만 배정되는 데다가 지역구 의석이 적은 곳은 비례대표 의석이 3석에 불과한 곳도 많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소수정당들은 최근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편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말고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상적으로 선거 1년 전에 국회에서 구성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제서야 활동을 시작했고, 서로를 독재 정당과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으르렁대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손을 맞잡고 정개특위 18석 중 단 한 석만을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에 배분했다. 과연 국회는 현명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 충청남도의원을 뽑아야 할 유권자를 위한 안내서 (1) | 2026.05.24 |
|---|---|
|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는 정말 잘못된 제도일까? (0) | 2026.03.01 |
| 밝은 미래가 있는데 활기찬 오늘이 없는 정당 (0) | 2025.06.07 |
| 제3지대라는 신기루 (0) | 2025.06.06 |
| 권영국이 받을 지지율 혹은 득표율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0) | 2025.05.2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