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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M버스를 구하소서

천안삼거리

by 드파랑 2025. 3. 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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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터미널에서 내가 버스를 타고서야 승객은 0명에서 1명이 되었다. 성환터미널에서 5분 가까이 기다렸건만 또다른 승객은 오지 않았다. 1번 국도를 쌩쌩 내달린 뒤 삼성대로에 들어서니 비로소 또 다른 승객이 탑승했다. 그 뒤로 정류장마다 승객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전체 탑승객 수가 10명을 넘는 걸 끝내 보지 못한 채 나는 아산터미널 근방 정류장에서 내렸다.

 

주말이라서 그런 걸까? 글쎄... 어쩌면 이게 충남형 M버스의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충남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통 이후부터 1년 동안 하루 평균 이용객을 계산해보니 57명에 그쳤다고 한다.

 

정식 M버스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 편리한 좌석과 급행이라는 이점이 있어 괜한 기대를 품게 했던 2000번. 그러나 누가 봐도 이해가 안 가는 경로에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고, 생긴 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러다가 충남형 M버스가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1월 4일에 아산으로 가는 2000번 버스를 탔을 때 모습. 왼쪽 사진에서 보다시피 천안 도심에 진입하기 전까지 승객은 나 혼자였다. 불당동(가운데)에서 배방역(오른쪽) 사이 구간에 승객이 가장 많았는데 그때도 승객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철도와 버스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답이 정해져 있는 싸움에, 충남형 M버스는 철도와 어떤 우위도 점하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충남형 M버스은 초기에 서울과 천안-아산을 오가며 통근객과 통학생들을 싣고 나를 광역버스로 계획됐다. 법령상 문제로 계획이 어그러진 뒤로는 서울 강남과 평택지제역을 연결하는 M5483번 버스 연계를 목표에 두고 순천향대에서 평택지제역을 오가는 노선이 되었다. 버스는 수도권 통학생들을 싣고 나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달렸지만, 오늘날에는 사람 대신 공기를 가득 싣고 나르게 되었다.

 

원인이 뭘까? 가장 큰 문제는 경로와 시간. 온양온천역과 천안역을 지나지 않는 것만 빼면 2000번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나란히 달리는데, 똑같은 경로로 달리면 당연히 철도가 버스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수도권 전철은 신창역에서 평택지제역을 기준으로 50분이 채 안 걸리게 도착할 수 있는 반면, 2000번은 타고 순천향대에서 평택지제역을 가려면 1시간 20분이 걸린다. 시간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지도 앱에서도 버스를 타고 신창역까지 간 뒤 전철을 탈 것을 권하는데 2000번을 굳이 타고 가는 학생이 있을까?

 

2000번의 또 다른 문제는 드넓은 배차 간격. 신창역에서는 전철 36회가 새벽 5시부터 밤 11시 45분까지 운행해서, 시간대별로 적게는 1회 많게는 3회가 출발한다. 반면, 2000번은 하루 왕복 아홉 번만 운행하고, 막차는 오후 4시 10분 차다. 대학생을 염두에 두고 만든 노선이라면 자주 와도 모자란데, 오후 6시쯤에 수업이 끝난 사람들은 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노선이 공개됐을 때 도의회나 지역 언론들은 우려를 쏟아냈지만, 도지사 공약이라는 마법의 단어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실무진에서는 개통 이후에 몇 차례 개편으로 아산 시내, 천안 시내, 성환 읍내에 추가 정차하면서 활성화를 시도했다. 개편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듯하다. 내가 탔을 때 천안 시내에서 아산 시내를 오가는 승객들이 있었던 걸 보면. 하지만, 이것은 노선을 만든 동기와 어긋날뿐더러, 그렇게 승객들이 늘어나도 버스는 사람을 가득 채우지 못하고, 기점과 종점 간 총 소요시간은 10분이 더 늘어서 광역급행이라는 이름은 무색하다.

출발과 도착지는 같지만, 버스(위)로 가느냐 전철(아래)로 가느냐에 따라 시간은 30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충청도와 경기도의 불협화음

사실 실무진에서는 이것보다 좀 더 과감하게 바꿔보려고 했지만, 경기도에서 자꾸 변화를 막는 것 같다. 노선 버스를 운행할 때는 노선이 지나는 지자체와 협의가 필수인데, 경기도와 평택시는 충남형 M버스 운행 확대를 가로막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와 충남 간 신경전은 노선 개설 전부터 시작됐다. 당초 2000번 평택 구간은 평택터미널(평택역)과 평택지제역을 왕복으로 오가는 경로로 계획됐지만, 평택시에서 제동을 걸자 충남도청에서는 평택지제역과 평택역을 편도로 오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배차 간격도 이보다 더 줄일 의지가 있었지만, 평택시에서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충남 사람 관점에서는 경기도의 괜한 발목 잡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오히려 경기도에서 할 말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안성시는 불편한 교통과 산업시설 부족 영향으로 개발이 지체되다가, 최근에서야 수도권 팽창과 평택시 개발 호재에 힘입어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안성시청에서는 교통 불편을 해소할 방안으로 철도 유치와 함께 광역급행버스나 직행좌석버스 같은 광역버스를 활용해 강남, 분당, 동탄 등 주요 교통 거점과 연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안성시 계획에는 천안아산역행 직행버스도 포함되어 있다. SRT 개통 이전에는 천안아산역이 가장 가까운 고속철도 정차역이었다. SRT 개통 이후에는 안성과 더욱 가까운 평택에서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평택지제역은 하루 정차 횟수가 40회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천안은 대학이나 대형 상업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안성에서 천안으로 이동하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안성시는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2005년과 2006년에 버스 노선 신설을 추진했지만, 충남도와 아산시 반대로 무산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논의는 지난해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맘 때쯤, 천안시청은 천안 도심과 안성을 오가는 201번 버스를 입장 - 안성으로 단축하는 계획을 추진했고, 안성시를 지역구로 삼은 국회의원은 천안아산역행 직행좌석버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노선 신설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고, 201번 개편 계획은 취소됐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천안-아산 버스 업계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시청과 도청에서 지역 업계 반발을 이유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탓도 있다. 업계/지역이기주의가 대중교통 이용객의 편의와 도시 간 교류 활성화 기회를 잡아먹은 셈이다.

 

최근 경기도는 서울로 향하는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경기도내를 운행하는 대중교통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려고 한다. 경기도 내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광역버스로 전환하고, 도시 간 일반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해서 도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경기도는 대중교통망 확충에 대대적으로 돈을 쏟고 있지만 충남은 경기도와 같은 의지는커녕 지역 업체 이익 사수에 더욱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 경기도가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충남형 M버스는 서울로 가려하지만, 진짜 충남형 M버스가 필요한 곳은 충청권 내부다.

 

현재 충남도청은 수도권 인구의 유입을 기대하며 수도권 연계 광역교통망 형성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천안-아산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교통망은 지금도 모자라지 않는다. 천안-아산은 목적지, 비용, 시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고속열차, 일반열차, 수도권 전철, 시외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서울과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도시는 수도권에서도 몇 없다.

 

특히, 천안 시내버스보다 더 자주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울경부-천안 시외버스는 전국에서 승차량을 1, 2위를 다툰다. 서울경부-아산 시외버스는 온양, 배방, 탕정, 둔포, 천안아산역 등 목적지에 따라 다양한 노선이 있다. 그 외에도 동서울, 서울 남부터미널에도 천안-아산에서 올라오는 시외버스들이 분주히 오간다. 시외버스들이 사실상 M버스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충남형 M버스는 존재 가치가 더욱 없어 보인다.

 

충남형 M버스가 진짜 향해야 할 곳은 충청권 내부다. 현재 충청권 도시 간 이동에서 주로 이용할 수 있는 광역 대중교통수단은 일반열차나 시외버스 등이 있다. 하지만, 충남 내륙과 서북부 지역은 철도 교통에서 소외되어 있고, 국도를 달리는 완행 시외버스는 비싸면서 느리기만 하다.

 

서울로 가기가 그렇게 편할 수 없는 천안, 정작 서울보다 거리가 가까운 충청권 도시들은 이동하기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천안에서 정부세종청사로 가는 유일한 직통 교통수단인 시외버스는 하루 4~5편에 불과한 데다가 운이 안 좋으면 우등버스 요금을 내야한다. 도청 소재지 내포신도시로 가는 시외버스는 일반도로를 달리며 정류장 여러 곳에 서는지라 기차를 타고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것이 시간상으로나 지갑 사정상으로나 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충남에서 제일 크다는 천안도 이런데, 충남 다른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기는 얼마나 더 힘들까?

 

물론,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대전과 계룡을 오가는 광역버스가 운행 중이고, 세종 광역 BRT는 공주와 천안 연장을 앞두고 있고, 충남형 M버스 공약에는 대전과 주변 도시 간 노선 신설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시간. 세종-천안 BRT가 모습을 드러낼 시점은 2030년이고, 대전-주변 도시 간 M버스는 2026년에야 도입이 된다고 한다. BRT를 달리지 않는 시내버스는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노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렇다 할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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