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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노면전차가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천안삼거리

by 드파랑 2025. 1. 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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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도 노면전차의 시대가 올까요? ③

 

노면전차 개통에 이르기까지는 합리적 재정 지출과 의견 수렴 절차, 우호적 여론과 체계적 계획 등 복잡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차방정식 같은 문제를 교통 당국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노면전차는 탁상공론적 정책으로 시민이나 지역 언론에 비판만 받다 좌초될 수 있다. 노면전차가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설득과 조율, 창의적 발상이 상황마다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낼 필요는 없다.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노면전차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면전차를 잘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이미 많이 있다. 그를 바탕으로 2023년 공청회에서는 천안 노면전차가 기존 노면전차와 차별화하거나 합리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해결책이 여럿 제시됐다. 여기에 개인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쳐 천안 노면전차가 천안 시민들이 믿고 타는 교통수단으로써 뿌리내릴 방안을 고민하고자 한다.

 

 

노면전차의 최종 목적지가 도시재생?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노면전차는 정해진 궤도를 따라 달리는 교통수단이지만, 노면전차 지지론자와 도시계획 학계 일각에서는 이걸 도시재생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면전차가 도시재생과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기에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까? 노면전차는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시 대기질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노면전차를 이용하면 할수록 대기 정화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기존 철도보다 유연성이 높다 보니 기존 노선을 외곽으로 연장하거나 새로운 노선을 잇기 쉬워서, 노면전차 네트워크가 촘촘히 짜이면 도심과 외곽, 주거지와 상업지 사이 연결은 더욱 밀접해질 것이다. 환경에 더 친화적이면서 도시 내부 결합력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이 노면전차다.

 

여기에 시청에서 노면전차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면 도시 디자인과 미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개발된 배터리 혹은 수소전지 노면전차는 철도에서 볼 수 있는 전차선이 필요 없다. 그리고 노면전차 궤도에 물길이나 잔디를 깔고, 차량이나 정류장을 지역색에 맞게 꾸민다면 그것 자체로 명물이 될 수 있다. 노면전차가 지나는 길 주변에 나무와 녹지공간을 배치한다면 도심 풍경이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정비한다면 거리에는 활력이 생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은 노면전차가 실제로 의도에 맞게 활성화된다면, 역세권 효과가 발휘돼서 도시 구조를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재개발을 촉진할 수도 있다. 노면전차는 고밀도 개발과 재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 시설로 작용해 낙후 지역을 활성화하고, 공간 재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노면전차는 주민들에게 접근성과 정시성에서 더 나은 교통을 제공하며, 지역 삶의 질을 높인다.

 

천안 노면전차가 지어졌을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지역 또한 원도심이다. 도심이 외곽으로 넓어지면서 문성동과 중앙동, 성정동 일대는 빈집과 빈상가가 늘고 있다. 재개발이 곳곳에 시도되고 있지만, 조합원 간 이해관계 충돌로 사업이 몇 년 이상 미뤄지는 곳이 허다하다.

 

이때 노면전차가 놓일 길을 보행자 중심으로 정비한다면 개발 사업성이 높아져서 원도심의 허름한 풍경이 빠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또는 노면전차 그 자체가 관광 명물이 돼서 사람들이 원도심을 찾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천안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불당동과 동부를 연결한다면 동서 격차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 휴스턴에서 운행하는 휴스턴 메트로. 기찻길 옆에 분수를 깔고 수변 공간으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노면전차는 이렇게 도시 경관을 꾸미는 수단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자료 출처 = Jim Porter, https://flic.kr/p/4mTFYm)

 

 

원도심을 살릴 대중교통전용지구, 그게 어렵다면 철길 공원이라도

대흥로 방죽안오거리에서 중앙로를 거쳐 남부오거리까지 3km 남짓한 구간은 공청회 계획상에서 노면전차를 지하로 지나도록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건설비는 더 들면서 접근성은 낮아진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래서 다른 대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급진적인 대안은 기존 길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만드는 것이다. 차로는 노면전차와 시내버스와 택시만 지나게 하고, 남는 도로는 인도를 넓히고 자전거 도로를 새로 까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방죽안오거리 – 천안역 – 중앙시장 – 남부오거리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내버스 노선망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이 구간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만 50개가 넘고, 하루 운행량도 1,000회를 넘는다. 수도권 전철이 개통된 지 한참이 지난 요즘도 천안과 아산을 오가는 900번대 시내버스는 주요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해당 구간은 대중교통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천안터미널과 천안역, 중앙시장 등은 원도심이 쇠락하는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교통 수요를 유발하고 있고, 연선 근처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중고등학교는 다섯 곳(복자여중고, 천안북중, 천안공고, 천안제일고, 천안여중)이나 된다.

 

또한 중앙시장 구간은 자가용 이용을 더욱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산축협 정류장에서 출발해 온양나드리 가기 전 원형교차로까지 가는 방향에는 인도가 드문드문 깔려 있을 정도로 길이 좁고, 중앙시장 남문 바로 앞 남산네거리는 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한 줄과 승객을 실으려는 버스와 택시와 맞물려 주말만 되면 매우 혼잡하다. 거기에 전통시장은 교통사고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이 많이 찾기도 해서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위험할 수밖에 없다.

중앙시장 남문 근처에서 온양나드리 방향으로 찍은 사진. 왼쪽과 달리 오른쪽은 인도가 없어 보행자가 차도를 넘어 보행해야 한다. 주말에는 주차장에 주차하려는 차들로 네거리가 막힌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현실화한다면 거리는 어떻게 바뀔까? 방죽안오거리에서 천안역까지는 천안천공원, 중앙시장 근처에는 남산공원과 원성천을 연계해 길을 녹지대와 도시 숲으로 꾸민다면 도시는 더욱 환경친화적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유동인구가 많음에도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역전과 대형 유통사와의 차별화가 절실한 중앙시장 남문 앞은 원도심 상업지구로써 트랜짓몰로 꾸미면 상권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물론, 해당 지역 주민이나 자가용 이용자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해당 구간을 대체할 수 있는 버들로 ․ 중앙로 ․ 성황로는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고, 영성로만 넓혀주기만 한다면 대체 도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어렵다면, 토지보상비는 좀 많이 들더라도 자가용과 노면전차의 공존을 위해 길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노면전차는 노면전차대로 지으면서 자가용 이용자의 반발도 누그러뜨리면서도 원도심 경관을 정비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대흥공영주차장에서 온양나드리까지 구간을 안 짚고 갈 수가 없다. 공구상가거리로도 불리는 이 구간은 최근 사직구역, 대흥4구역 재개발로 인해 해체가 코앞이다. 그런데 철길 옆에 붙어 바로 붙은 대흥로 좌측 공장들은 어떤 도시 계획도 없다. 만약 아무런 계획 없이 방치된다면 개발되는 동안에는 슬럼으로 전락하고, 개발 이후에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시청에서 그 구간에 있는 공장들을 사들여 일부는 도로 확장에 활용하고, 일부는 녹지대로 꾸미고, 상징성 있는 건물은 보존 후 커뮤니티 시설로 꾸민다면 어떨까? 원도심 경관은 녹색으로 한층 더 다채로워지고, 철길로 단절되어 있던 죽은 공간들이 살아나 원도심이 생기를 찾는 데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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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나드리 근처 위성사진(앞, 자료 출처 = 카카오맵)과 온양나드리 근처에서 천안역 방향으로 찍은 사진(뒤). 원래는 각종 공구 상가와 소공장이 밀집한 지역이었지만, 대흥4구역 재개발 공사로 오른쪽 건물들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공구상가가 해체를 앞둔 상황에서 왼쪽 건물들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활용 방안이 없다 출처: https://deparang.tistory.com/46 [파랑주의보:티스토리]

 

 

일단 BRT부터 짓자

각 도시에서 철도를 건설하려고 할 때마다 항상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BRT다 보니 BRT와 노면전차는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 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는 보완재가 돼서 공존할 수도 있다.

 

우선, BRT와 노면전차는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천안과 세종을 잇는 세종 광역 BRT가 계획된 노선4 남부대로 구간은 노면전차를 추진하더라도 중복 투자라는 이유로 경제성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되지도 않는 것에 매달리느니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여기에 천안터미널 지선이 현실화하고 천안시가 예산을 들여 번영로와 북부대로 구간에 BRT를 지으면, 도심을 순환하고 시외와도 연결되는 광역교통망을 가성비 있게 갖출 수 있다. 어차피 이 구간은 외곽이면서 공장지대라서 노면전차로는 대중교통 공급이 넘칠 수 있다. 노선4를 짓지 않는 돈으로는 다른 노면전차 노선을 새롭게 개발할 수도 있다. 남북을 잇는 주요 교통로인 쌍용대로를 지나는 노선을 짓는다던가, 아산과 협의가 된다면 아산으로 가는 노면전차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종 광역 BRT 천안 구간(왼쪽)과 천안 트램(오른쪽) 상상도. BRT의 경우 소정면 - 청삼교차로 - 천안아산역 구간은 이미 계획이 확정됐고, 천안시는 청삼교차로에서 천안터미널로 가는 지선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연보라색으로 칠해진 구간을 자체적으로 지으면 천안 도심 외곽을 순환하는 광역 교통망이 완성된다. 노면전차의 경우 공청회에서 제시된 노선1(빨간색)과 노선 3(하늘색)은 그대로 짓고, 천안 서부를 남북으로 잇는 연두색 노선을 짓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노면전차 운행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BRT라도 우선 지은 뒤에 BRT로 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 특정 구간을 노면전차로 전환할 수도 있다. 특히 번영로 불당동 구간과 고속철대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왕복 최대 10차선에 달하는 폭 넓은 도로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항상 막힌다. 천안과 아산 통근 수요나 천안아산역, 신불당 상업지구, 천안종합운동장 이동 수요 등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정체를 일으킨다. 길을 넓혀도 그것이 교통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셈이다. 반면, 번영로 불당동 구간을 지나는 시내버스는 번영로를 모두 지나는 노선 3개(5, 990, 2000)와 일부 지나는 노선 4개(1, 10, 21, 800)가 전부라 교통 체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 넓은 도로는 신도시의 자가용 중심 설계와 맞물려 불당동을 단절하는 문제도 일으킨다. 운동장사거리-시청앞사거리, 물총새공원-갤러리아백화점 구간은 양불당을 오가려면 500m 넘게 걸어서 구간 양 끝에 있는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구간 중간에 있는 육교를 건너야 한다. 블록 내부에는 횡단보도가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비교하면 양불당을 이동하려는 보행자는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고, 양불당간 이동과 교류가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불당동을 방문할 때마다 신불당과 구불당이 전혀 다른 동네 같다는 인상을 양불당 간 개발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항상 받는다. 행정동으로써 불당동을 분동했을 때 동 모양이 세로로 길쭉한 데도 번영로를 기준 동서 분할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것이 문제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BRT는 이런 문제들을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BRT는 타당성조사 같은 경제성 조사 절차가 생략되고, 노면전차보다 공시 기간도 짧다. 게다가 해당 도로도 넓어서 자가용 이용자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당장 BRT를 짓는다면 이 구간을 다니는 기존 노선(특히 급행 노선)은 쾌속성 확보로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신규 노선을 개발해 BRT 활용도를 높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욱 늘 것이다.

 

시청에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노면전차의 당위성을 호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면전차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BRT가 노면전차로 전환된 사례는 여럿 있다. 최초의 BRT로 꼽히는 캐나다 오타와 Central Transitway는 BRT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경량전철 LRT로 전환됐고, 한국에서는 창원 S-BRT가 창원도시철도 3호선 전환을 염두에 두고 건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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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진은 현재 창원에서 다니고 있는 슈퍼BRT(S-BRT, 실선)와 현재 공사 중인 일반 BRT(점선) 노선도. 뒤 사진은 추후 창원시청이 지을 창원도시철도 노선도. 창원BRT 구간은 추후에 노선3으로 전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천안이라는 도시에서 교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몇백 년 전부터 전해지는 천안삼거리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천안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선 개통은 천안의 근대화를 불러일으켰고,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경제성장과 수도권 규제에 힘입어 천안을 대학과 산업도시로 만들었다. 천안아산역 개관으로 천안과 아산은 본격적인 융합의 길에 들어섰고, 수도권 전철 연장 개통은 천안도 대서울의 일원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천안은 꾸준히 성장하는 도시가 되었지만, 고층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드리우는 그림자 또한 짙다. 자가용 의존도가 높아 도로는 항상 막히고, 도심 빈 땅에 여지없이 들어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도시 경관을 삭막하게 한다. 동서 격차는 날로 심해지면서 원도심은 컴컴한 터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노면전차 건설은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도시 교통 체계가 자가용 중심에서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고, 원도심 발전으로 동서와 도시-농촌이 고루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도시 경관을 푸릇푸릇하게 바꾸면서 도시 생태계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천안은 요즘 스마트시티로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럴 때 노면전차는 새 시대를 이끌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으며, 천안의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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