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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살아남을 임시역사?

천안삼거리

by 드파랑 2022. 11.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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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역 임시역사 개관 19주년 ③] 천안역 증축안의 한계와 문제  |

 

헌집 줄 테니까 제발 새집 좀 달라고요!

민자역사 계획을 포기한 뒤에 천안역 건축 사업은 급속도로 진전을 보이는 듯했다. 2017년에 천안역 증개축 사업비가 국가 예산안에 반영되었고, 2018년에는 천안시와 국가철도공단이 시설 개량에 합의했으며, 2019년을 불과 며칠 안 남기고서는 조감도도 나왔다.

그러나 그 뒤로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천안-청주공항 복선 전철 사업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대부터 천안역에서 청주공항역 사이 선로를 개량해 서울에서 청주공항까지 시속 150km급 일반열차를 운행하는 계획을 추진했는데, 사업비 과다 문제로 올해 11월에서야 설계를 시작했다. 천안역 시설 개량 사업이 전철화 사업과 연계되면서 오늘날까지도 착공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고, 역사 디자인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복선 전철화 사업은 2024년 착공해 2029년 완공할 것으로 계획됐고, 새 역사를 보려면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사업이 한없이 늦어지는 것도 답답하지만, 나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단어가 있다. ‘시설 개량’이라는 단어다. 사람들 기대와 달리 천안역은 신축이 아닌 증개축이 될 예정이다. 임시역사를 남긴 채 건물 일부를 추가로 짓고 둘을 잇겠다는 것이다. 왜냐고? 딱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천안역이 고속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라는 점도 한몫했다고 추측해본다. 

임시역사 재활용은 단순히 새것이 좋다는 차원에서 아쉬운 것이 아니다. 애초 임시역사는 3년 정도 쓰고나서 신축역사가 지어지면 헐릴 의도로 지었다. 시설 수준은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췄고, 겉모양이나 내부 구조도 새로 지어질 부분과는 상당히 괴리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조감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재 증개축 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방면별로 분리된 역사 통합이 무산된다는 점이다. 증축이 완료되어도 이용자들은 방향에 따라 각 역을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역사 통합이 어렵다면 맞이방 크기라도 늘려야 할 텐데, 서부역사는 확장 계획조차 없다.

문제는 서부역사 이용 수요가 지금보다 대폭 늘 수 있다는 점이다. 교통 수요를 늘릴 역세권 재생 사업 주요 시설은 서부광장에 몰려 있고, GTX C노선 연장이 현실이 되면 서부역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커 서부역사 이용객 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서부역 혼잡도와 이용객 불편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019년에 발표된 천안역 증축 사업 공모 당선작이다. 증축 역사는 천안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지어진다. 임시역사와 새 역사가 이질적인 것이 눈에 띈다. (사진을 누르면 세부적인 조감도를 볼 수 있다.)

 

전례 없는 임시역사 재활용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증축을 계획했겠지만, 기존 역사와 선로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조하지 않고 활용하는 계획은 그동안 불편함을 감수한 천안 사람 처지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다른 주요 역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모든 주요 역을 다 새로 짓지는 않았다. 부산, 동대구역은 기존 역사를 허물지 않고 증축을 통해 역사 면적을 넓힌 사례다. 하지만 그들이 증축에 활용한 기존 역사는 임시역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용객 편의를 위해 선로나 역사 구조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승객 편의 시설을 크게 확충했고,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 부분과 증축 부분을 알아 볼 수 없게 했다.

애초에 이용객 수가 많거나 새로운 노선 개통으로 이용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신축이 먼저 고려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이런 대중 인식과 그동안 역사 재건축 사례와 맞물려 애초 리모델링하려던 역이 새로 지어지는 사례도 있다. 충북선 충주역은 중부내륙선을 신설하면서 역사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시민들이 반발했고, 지역 국회의원과 충주시의 협의 끝에 신축 역사를 짓고 있다.

임시역사는 새 역사가 지어지면 철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활용하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광주송정역은 호남고속선 건설 당시 활용했던 임시역사를 새 역사 개관 이후 철도경찰 사무실로, 임시 선상 통로를 새로 지어진 역사의 연결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임시역사 자체를 역사 주요 시설로 쓰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역사를 도시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꾸미려는 시도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주역이다. 전주역은 개통 이후 줄곧 한옥 양식으로 역사를 지었고, 이것은 한옥마을과 더불어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각인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관광객 증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전주역은 한옥 양식 역사를 유지하는 한편, 증축될 부분을 한옥 역사와 공존하는 형태로 짓고, 역사를 전시실 등의 복합 문화 시설로 꾸민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주역 증축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다. 광장 앞 역사 부분은 한옥 양식을 유지하고, 선로와 한옥 역사 사이 공간에는 전시실과 자연 친화적 휴식 공간 등 철도 이용객 편의 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

 

임시역사가 남길 것, 신축역사에 바라는 것

천안역 임시역사는 지어지기 전부터, 현존하는 지금, 그리고 만약 허물어지지 않는다면 미래까지 천안의 어두운 면을 상징할 것이다. 임시 역사가 한 세대를 용케도 버텼던 것은 무능한 시정과 이용객 불편에 무심한 철도 당국 덕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천안역은 몰락한 원도심, 체계적이지 못한 도시계획을 대표하는 것으로 전락해버렸고, 오늘날도 도시 이미지를 제대로 구기고 있다.

헛발질 몇 번 끝에 최근에는 그나마 천안역과 원도심에 도시 당국이 관심을 기울이고 주도적으로 일대를 정비하고 있기는 하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천안역은 청년들이 통학을 위해 스쳐 가는 곳에서, 청년들을 모으고 청년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디 이대로만 진행이 되기를 바란다.

이런 화려한 청사진에 신축 천안역은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천안역이 없었더라면 천안은 대도시로 성장할 수도, 교통도시라는 이미지를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천안역을 이용하고 있고, 천안역은 천안을 대표하는 관문이다. 철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천안역은 옛날이나 미래에나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더욱이 천안역은 천안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 천안에는 보이는 선 철도와 보이지 않는 선 경제력으로 단절된 동서를 잇고, 충절의 고장과 첨단 도시라는 언뜻 봐서는 괴리되는 정체성을 하나로 묶으며, 지역 주민이 서로 소통할 수 있고, 회색빛 도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곳이 천안역이고, 그것을 해내려면 천안역은 임시역사라는 낡은 집을 버리고 새로 지어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이것으로 [천안역 임시역사 개관 19주년] 3부작을 마무리지으려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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