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광장은 사람을 모으기에도, 사람들에게 주목 받기에도 좋다. 광화문과 서울시청은 어떤 날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그런 날을 제외하면 그걸 대비하듯이 비어 있다. 그래서 집회가 열린다면 항상 그곳에서 할 테고, 그 소식을 들은 나는 홀린 듯이 상경했다.
그에 반해, 만남로는 좀 많이 붐비는 도로다. 평상시에도 심심치 않게 막히는 이 도로는 주말에 터미널에서 놀려는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터미널 건너에는 택시 정류장, 전국에서 제일 신호가 짧다는 횡단보도, 버스정류장이 줄지어 있다. 누가 봐도 어딘가 이동하려는 사람들과 차들로 붐비는 동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차디찬 길바닥에 자리를 차지하고 깔고 앉아 구호를 외친다는 것이 쉬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천안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가한 기억은 15년 전 고교평준화 도입 요구 집회말고는 없어서 거기서 집회를 한다는 것이 더욱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나는 왜 만남로 집회를 찾게 된 걸까. 일단 귀찮았다. 집 앞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반포동 가는 버스를 타고, 집회 장소로 가는 지하철을 낑겨 타고... 집회 장소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나 체력이나 돈이 소진된다. 그에 반해 만남로 집회는 그냥 터미널로 가는 버스만 타면 된다.
그 귀찮음 속에서 모순되게도 일상에서 외침을 울려 퍼지게 하고 싶은 의욕도 있었다. 지방 도시에는 높으신 분들도, 언론의 주목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이 여기까지 전달되기에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거리가 멀다. 물결이 서울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내가 사는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안 집회는 상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집회 전만 해도 텅텅 빈 도로는 오후 네 시 반 언저리에 집회가 시작한다는 소식이 울려 퍼지자마자 여기저기서 나온 사람들로 순식간에 자리가 찼다. 소박한 무대는 전광판 없이도 사회자나 연설자 표정을 생생하게 전달해 냈고,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진행자가 사람들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름 모를 시민이 하는 연설이나 공연은 전문적이거나 화려하지는 않을지라도 솔직담백하고 때로는 구수했다. 중간중간 지나가는 차나 사람들이 응원할 때는 뿌듯했고, 반대 집회가 없어서 감정 싸움할 필요 없이 목소리를 온전히 전할 수 있었다.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을 넘었던 주의 토요일에는 전농에서 탄핵 떡을 나눠줘서 더욱 축제 같았다.
행진은 좀 아쉬웠다. 아마 사람들 주목을 받고자 만남로를 한바퀴 삥 도는 경로를 택한 모양인데, 뭔가 김이 빠졌다. 이왕 국힘 해체를 외치는 김에 원성동에 있는 국민의힘 충남도당이라도 찾아가서 구호를 외쳤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 교통 사정 때문에 안 한 것일까.
웅장하고 일사불란하고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집회에 비하면 만남로 집회는 옹졸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의 연대감 같은 것들을 느끼고 싶다면 천안이 서울보다 훨씬 낫다. 일상을 꾸려 나가는 와중에 이웃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서로와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하고 소통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니 앉아 있는 이곳은 찬 바닥일 언정 가슴 속은 가시 철조망 속 아방궁보다도 더욱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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